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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생활

나의 아프리카 친구들. Black lives matter.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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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학교 다닐 때 만난 흑인 친구들이 있다.

WG에 살때 옆방 남자애가 카메룬에서 온 친구였는데, 인싸 중에 인싸였다.
넘치는 사교성에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방에서 마주치면 항상 얘기를 했는데,
이 친구가 매주 살사를 배우러 간다고 했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 잠깐 라틴댄스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다시 배우고 싶었지만, 한국의 대학생이 그렇듯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ㅜ

근데 마침 카메룬 친구가 배우러 가는 곳은
카메룬 친구들끼리 하는 댄스 클럽인데
춤 선생님이 아마추어지만
프로못지 않게 잘추고
한달에 10유로를 수업료 명분으로 낸다는 것이다.
어떤 걸 취미로 배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 달 4번에 10 유로면 엄청 저렴한 것이다.
우리 집에서 가깝기도 했고!

일단 한 번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한 번의 Probezeit을 해봤는데,
너무 재밌고 카메룬 친구들도 좋아서
그 뒤로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매주 금요일 저녁에 참석을 했다.

춤선생의 기숙사 1층의 빈 공간에서 이루어진 우리의 댄스 교실. :)


우리가 배운 춤은 주로
살사 Salsa, 바차타 Bachata, 키좀바 Kizomba.
하루 만에 이 세 가지 춤들을 다 배우는 날도
있었고, 그 날 배울 동작을 다 익히면
마지막엔 춤선생님과 파트너로
즉흥춤을 출 수 있는 시간까지~
아주 알찼다.

춤 뿐만 아니라 이 친구들을 보러 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매주 춤추러 올 때 이 친구들은
항상 옷과 머리에 엄청 신경을 쓰고 온다.

거기다 몸매도 좋아서 (우월한 흑인 유전자..)
여자인 나조차 넋을 놓고 바라보다
나도 저런 엉덩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불태우기도 했다. ㅋㅋㅋ

무엇보다 항상 나를 살갑게 대해주던 아이들.

"Unser 내 이름~~" 우리말로 치면
"우리 누구누구야~~". 이렇게 불러주던 L.

나 말고도 다른 독일인 친구들이 있어서
항상 독일어로 얘기해주고
심지어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도 우리를 신경 써서 독일어로 대화하는 세심함!
(카메룬의 공용어는 프랑스어다.)


아무튼 같은 유학생 처지로서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바쁘고 외로운 일상 중에
이 댄스 클럽은 우리의 오아시스 같았다.

졸업할 때쯤은 바빠서 못 가다가
졸업연주도 끝나고 이제 열심히 나가야지 했는데
코로나 터지고,
나도 갑자기 오스트리아로 이사 오는 바람에
이 친구들에게 인사도 못했다. ㅜㅜ


그러다 얼마 전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카메룬 친구들의 사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에 독일에서도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있었다.

독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잘 마친 것 같다.

티브이에서 모르는 흑인들이 시위하는 걸
볼 땐 그냥,
아이고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했는데
이렇게 아는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짠함...


코로나 이후 이곳에선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유독 심해졌는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이 흑인들의 인종차별 시위를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흑인들은 "그냥 흑인이니까"
하고 피부색 때문에 정말 1차원적으로 무시하고 피하는 사람들을 봤었다.

어쩌면 나와 다르게 생긴 누군가를
피하는 건 우리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를 피부색으로 차별한다는 건
나도 똑같이 피부색으로 차별받을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의미 아닐까?



아무튼 내가 만난 흑인 친구들은
우리와 같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친구들이었다.

끝으로 우리의 댄스 클럽에서
다크호스였던 친구가
아프리칸 댄스 Afrodance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보면 덩달아 신난다. 🕺

https://youtu.be/ct3zWEajV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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