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면서 알게 된 탄뎀 파트너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외출 금지 기간 때 언어 교환 앱인 헬로 톡을 많이 하게 되면서
이 친구와도 알게 되어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독일에서 있을 땐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있거나 독일 내에 있는 사람들이 앱에서 자주 보였는데
오스트리아로 오니 오스트리아에 있는 사람들이 언어 교환 파트너로 자주 뜹니다.
같은 독일어를 쓰는 오스트리아인들이지만 독일인들과는 성향이 약간 다릅니다.
제가 느끼기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좀 더 따뜻하고 느긋한 것 같아요.
그건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 제가 아는 독일 사람,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그렇게 말합니다.
독일은 아무래도 오스트리아보다 큰 나라고 경제적으로도 워낙 발전된 나라이다 보니
경쟁사회라 사람들 분위기가 차갑다고 느낄 수 있고,
오스트리아는 알프스와 아름다운 자연 때문인지 사람들이 좀 더 시골 사람 같은 순박한... 그런 느낌이 있어요.
물론 어디나 개인차는 있겠죠.
아무튼 제가 만난 언어 교환 친구는 한국에서 살아본 적도 있고 다시 한국에 가고 싶어 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은 친구입니다.
항상 한국어 질문도 많고, 특히 정치 사회와 같은 어려운 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어로 나누고 싶어 하는 걸 보면서
저도 열심히 독일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답니다.
이 친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지만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방학을 맞아 오스트리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비엔나에 놀러 오게 된다고 해서
같이 만나 한식당을 가기로 했습니다.
비엔나에 와서 아직 한식당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구글맵에서 검색하니 꽤 많은 한식당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다들 평점도 좋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되었는데
제 탄뎀 파트너가 "만남"이라는 한식당을 찾아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비엔나 9구역에 위치하고 Franz-Josefs-Bahnhof역에서 가깝습니다.
https://g.page/korean-restaurant-mannam?share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탄뎀 파트너와 함께 식당 만남에 들어갔습니다.
서로의 언어 공부를 위해 영상 통화도 자주 했지만 역시 직접 만나는 건 또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어쩔 수 없는 약간의 어색함... ㅎㅎ
일단 주문부터 하기로 하고 메뉴를 보는데, 정말 다양한 메뉴가 있었습니다.
한식당의 일반적인 메뉴인 불고기나 비빔밥은 물론이고
떡볶이, 짬뽕, 짜장, 막걸리와 파전 같은 이색 메뉴까지
갖춰져 있어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집에서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요리를 시켜보자 해서 메뉴를 뒤지던 중
Hoef 덮밥이란 걸 발견했습니다.
호에프 덮밥....?
뭔가 독특하다 싶어서 주문해보기로 했습니다.
탄뎀 파트너는 돌솥비빔밥을 주문한다고 합니다.
주문받으시는 분 (사장님인 거 같았어요) "호에프 덮밥 하나 주세요!" 했더니
호에프 덮밥 아니고 회덮밥이라고 하십니다.
"회"를 독일어 O 움라우트 Hö 를 뜻하는 Hoe로 적으셔서
저는 그걸 그대로 읽다 보니 호에프라고 읽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저도 민망해서 웃고 사장님도 웃고 탄뎀 파트너도 웃고...
웃음은 역시 어색함을 날려버리게 해 줍니다. :D
아보카도까지 들어간 푸짐한 저의 호에프덮밥. ㅋㅋ
새콤한 고추장 양념이랑 비벼주니 입맛 돌게 해주는 회덮밥이었습니다.
반찬들도 맛깔났습니다!
양이 꽤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겼네요.
탄뎀 파트너도 엄청 잘 먹었던 돌솥비빔밥!
식사를 마치니 예쁘게 담긴 과일컵이 후식으로 나옵니다.
독일어로도 얘기하다 한국어로도 얘기하다
열심히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찹쌀떡을 저랑 탄뎀 파트너에게 서비스로 주셨어요.
제 탄뎀 파트너가 한국어를 너무 잘한다며 칭찬의 의미로 주셨는데
탄뎀 파트너가 부끄러워하면서도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한국인의 정은 언제나 마음 따뜻하게 해 줍니다.
일요일이었는데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손님이 많이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식당에서 나와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정말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말이 잘 통하는 한국 친구를 만나는 것도 어려운데
오스트리아에서 말이 잘 통하며 한국어에도 열정이 있는 친구를 만났다는 게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저랑 만난 다음 날은 비엔나에서 멀지 않은 슬로바키아로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우리는 계속 온라인에서 소통하겠지요.
인터넷에서 만난 제 특별한 인연 이야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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