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5년 가까이 지내다가 남편과 결혼하며 오스트리아로 넘어온 지 어느덧 반년이 다 되어갑니다.
오늘은 제가 오스트리아에 와서 독일에선 못 보던 소소한 것들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개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보인다는 겁니다.
독일도 워낙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많고 그만큼 반려견에 대한 시민의식도 높아서
대중교통에서 쉽게 주인과 함께 다니는 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인데요.
첫 번째 사진은 마트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반려견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 골든 리트리버... 햇빛을 피해서 그늘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얌전히 앉아있는 게
너무 귀여워서 뒤태를 몰래 찍었습니다. 얼굴은 안 나왔으니까 괜찮지 댕댕아? ^^
독일에서도 마트에 강아지를 데려가는 건 금지고 밖에 그냥 대충 묶어두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마트 앞에는 지나다니는 행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자리에
반려견 목줄을 걸어둘 수 있는 걸개를 설치해 둔 배려가 돋보입니다.
길가다 보면 가끔 강아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박스를 마주치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강아지 배변을 담을 수 있는 "무료" 배변봉투가 들어있습니다.
보통 가지고들 다니시겠지만 배변봉투를 산책 시 깜빡했을 때 정말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반려견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데도 가끔 길에서 개 X을 마주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반려견을 위한 시설은 개들을 위한 구역 "Hundezone"입니다.
사진처럼 울타리가 쳐져있어서 여기서는 반려견들이 목줄 없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어떤 곳은 물을 마실 수 있게 음수대도 설치되어 있고 반려견 주인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벤치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길 가다 Hundezone를 마주쳤을 때 정말 신기했습니다.
개들이 너무 신나게 뒹굴며 뛰어놀고 여기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주인들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고... 반려견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었습니다.
또 길거리에서 보이는 재밌는 풍경, 바로 길거리 신문입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보이던 지역 신문 가로수, 교차로, 벼룩시장 등이 생각나네요.
여기 신문이나 한 번 볼까~ 하며 하나 쓱 꺼내가려 했는데
남편이 잠깐만! 이거 돈 내야 돼! 하며 작은 동전통을 가리켰습니다.
하마터면 본의 아닌 도둑질을 할 뻔했습니다...
신문 한 부에 60센트. 신문을 꺼내갈 수 있는 입구는 따로 잠겨져있지 않고 열려있는 "양심 가판대"입니다.
사실 요새는 뉴스를 인터넷으로 많이 보니까 굳이 살 필요 없는데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읽을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또 다른 못 보던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 컨테이너입니다.
독일에서는 집집마다 일반 쓰레기, 플라스틱 그리고 종이 쓰레기 컨테이너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플라스틱 컨테이너가 집안에 있는 게 아니고 집 근처 길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 옆에는 보통 유리 컨테이너와 헌 옷 수거함도 함께 있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있는 건 편하긴 한데 길거리 미화에는 별로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려면 집 밖으로 나와 좀 걸어가서 버려야 한다는 게 좀 귀찮기도 합니다.
그래도 길거리에 플라스틱 쓰레기 컨테이너가 있으니 길가다가 플라스틱 병들을 버리기엔 좋습니다.
플라스틱 컨테이너가 밖에 따로 있는 이유는 아마도 병 반환 시스템 Pfandsystem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는 보통 모든 물병, 음료병들을 다시 마트에 가져다주면 병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음료를 살 때 병값이 들어가기 때문에 마트에 다시 가져다주지 않으면 자기 손해입니다.
그래서 길거리에 병 주우러 다니는 노숙자들도 많죠.
여기서는 Vöslauer라는 물병만 마트에서 다시 돌려받습니다.
대신 유리병으로 된 맥주병들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돌려받고, 특이한 점은 맨 아래 보이는
와인병, 요구르트, 우유병들도 반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처럼 마트에서 플라스틱 물병들을 돌려받는 게 아마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에 효율적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와서 플라스틱 병을 훨씬 덜 사게 됩니다.
독일에서는 수돗물에 석회질이 심해서 물을 자주 사 먹었지만, 여기서는 수돗물에 석회질도 훨씬 적고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수질이 좋아서, 시민들도 수돗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마시고 저희 집도 수돗물을 마십니다.
그렇다 보니 식당에서도 물을 따로 시키지 않고 그냥 물을 달라고 하면 수돗물을 떠다 줍니다.
독일처럼 물 값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마트에서 쉽게 케이크나 마카롱을 살 수 있다는 것!
독일에서는 어디 베이커리나 고급 카페를 가야 맛볼 수 있는 케이크인데
오스트리아 마트 Billa에서 플라스틱 통에 포장된 케이크를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쓰이는 게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요..
독일 마트에서도 물론 케이크를 살 수 있지만 냉동 케이크...
맛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케이크는 신선한 게 좋죠!
오스트리아 빈 전통 케이크인 Sacher나 Apfelstrudel도 보이고,
마카롱은 독일에서 보기 진짜 힘든 귀한 고급 디저트인데,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그만큼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단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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