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의 비엔나 신혼집에는 살림이 별로 없습니다.
접시 세 개, 국그릇 세 개, 수저 3벌 정도?
사실 남편이 살던 핀란드 집에는 꽤 많은 살림살이가 있는데
오스트리아에 이사 오면서 다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직업 특성상 (오케스트라 음악가) 직장 때문에 이사하는 경우가 잦은데
그 거리가 나라에서 나라의 이동이다 보니 짐 부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거기다 유럽에서 이사하는 경우, 보통 짐을 직접 싸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걸리죠. 이럴 때 우리나라의 편리한 포장이사가 그립습니다...
비엔나에서 새로 잡은 직장의 1년 수습기간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핀란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만 여기로 가져오고 나머지 짐들은
남편의 친한 친구가 맡아주고 있습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저희는 일부러 살림을 만들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핀란드에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죠.
그런데 아무리 안 사려고 해도 컵 같은 건 여러 개 있어야 편리하잖아요.
한 번은 컵이 두 개 밖에 없어서 불편하다고 불평했더니
짠돌이 남편이 낸 아이디어...
바로 누텔라의 유리병을 물컵으로 재활용하기입니다. ^^;
근데 이 누텔라 병 은근히 괜찮습니다. 잘 씻어내고 상표 지를 잘 떼어내기만 하면
물컵, 아이스크림 컵, 과일컵으로 유용합니다!
뭐 이렇게까지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1년안에 나라를 넘나드는 이사를 세 번하고 비엔나 내에서 또 이사를 했더니 정말 이사는 지긋지긋합니다. ㅜ
이사는 짐이 적은게 최고! 이런 누텔라 병은 나중에 버리기도 안 아까우니까요!
무튼, 둘만 있으면 괜찮은데, 가끔씩 손님이 오면 조금 곤란합니다.
한 번은 집들이겸 남편의 가까운 동료 세 분을 집에 초대했는데
새 접시가 없어서 썼던 접시를 빨리 설거지해서 다시 음식을 담아드려야 했죠..
남편이 준비한 좋은 몰도바산 와인도 와인잔이 없어서 난감할뻔했는데
남편 동료 중 한 분이 센스 있게 집들이 때 와인잔을 사 가지고 오셨습니다.
와인을 즐겨 마시는 유럽 사람들이다 보니 와인잔을 집들이 선물로 하는게 신기했어요.
와인잔은 실수로 금방 깨지기도 하니 넉넉하게 갖고 있을수록 좋다며 여섯 개나 든 박스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박스 옆면에 보니 와인잔에도 종류가 다양하더라고요.
저희것은 화이트 와인잔인데 선물해주신 분이 레드와인용이 더 커서 레드와인용 사려고 했는데
잘못 샀다며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그냥 와인잔 모양이면 다 땡큐입니다. ㅎㅎ
근데 그 동료분이 저희가 수저도 별로 없고 접시도 몇 개 없는 걸 보시고
자기 집에 식기들이 엄청 많은데 좀 가져다주시겠다 했습니다.
요리하시는 것도 좋아하고 워낙 사람을 좋아하셔서 집에 사람들을 자주 초대해 그분 집에는 식기가 많다고 합니다.
(참고로 남자분...)
버려야 될 정도로 많은거면 저희한테 나눠주시라고 말하긴 했는데
정말 주실줄은 몰랐습니다.
어느 날 출근했다가 돌아온 남편 손에 들려있는 묵직한 쇼핑백.
접시 여러개와 물컵 두 개, 숟가락 나이프 포크 등이 가득 들었습니다.
상태들을 보니 거의 사용감이 없는데 그냥 받아도 되나 싶습니다.
얼마 전에 남편이 제 비자 때문에 비자청에 갔다가 오스트리아 사람에게 안 좋은 대우를 당해서
기분이 좀 그랬는데, 남편 주위엔 다행히 이렇게 좋은 오스트리아 사람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자식이 없으셔서 그런가 주변 사람들을 유난히 잘 챙기시는 고마운 분입니다.
우리 남편 수습기간 잘 끝날때까지 계속 좀 예뻐해 주시길...
답례로 쿠키라도 구워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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