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독일 영화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다이내믹한 한국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에 입맛이 길들여져서인지
현실적이고 시니컬하게 그려낸 독일 영화는 따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건 독일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선입견!
작년에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집에서 독일어권 영화를 많이 보게 됐는데
작품성이 있으면서 재미도 있는 영화가 많더라고요.
그중 볼만한 베스트 5를 소개해드릴게요~
1. 4분 Vier Minuten, 2006년 작
60년 동안 여성 교도소에서 피아노 레슨을 해온 할머니 피아니스트 트라우데 크뤼거 Traude Krüger와
마약 중독자인 스무 살의 제니를 만나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제니는 어렸을 때 트라우마로 굉장히 폐쇄적이고 공격적인데 엄청난 음악성을 타고나서
죄수지만 트라우데가 훈련시켜 콩쿠르에 내보내기로 합니다.
두 여배우의 열연이 돋보이고,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여자 동성애를 그려내 흥미로웠습니다.
수갑을 차고 뒤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말도 안 되는 설정도 있지만
스토리나 연출이 참신해서 재미있었어요.
마지막에 나오는 피아노 연주신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2. 니히트 마인 탁 Nicht mein Tag, 액션, 코미디 2014년 작
누가 봐도 성실하고 착한 은행원인 틸은 어느 날 자신의 은행을 털러 온 동네 깡패 나포에게
인질로 잡히게 됩니다. 인질로 잠깐만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쓸만한 틸.
나포는 은행원이라 숫자에 빠르고 아는 게 많은 틸을 데리고 네덜란드에 마약거래를 하러 갑니다.
틸도 처음에는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하다가, 어느 순간 자기 안의 또 다른 나쁜 자아(!)를 발견하고
나포보다 더 속물적으로 변해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칩니다.
네덜란드 배경과 자동차 액션이 볼만한 킬링타임용 영화로 추천합니다.
3. 25km/h, 2018년 작
두 형제 크리스티안과 게오르그는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장례식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서먹한 그들, 술 마시고 얼떨결에 어렸을 때 타던 오토바이를 타고 나왔는데
그대로 독일 횡단을 시작합니다. 장례식 때 입던 검은 양복 그대로 입고...
시속 25km로 달리는 느린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며 많은 모험을 하고 다시 가까워지는 형제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독일스럽고 재미있어요. :)
4. 신성한 질서, Die göttliche Ordnung, 2017년 작
1971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던 주부이자 엄마인 노라는
집에서 집안일만 하며 가족들을 돌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편처럼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지만, 남편은 여성이 집안을 돌봐야 하는 결혼법을 언급하며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성도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캠페인을
얼떨결에 홍보하게 되면서 그녀의 정치적 관심이 깨어납니다.
치마 대신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페미니스트 문학을 읽으며 취리히의 다른 여성들을 고무하는 노라.
하지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마을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그녀의 행보.
그 당시의 용감한 스위스 신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스위스 독일어를 맘껏 들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자막 필수!)
5. 침묵의 교실 Das Schweigende Klassenzimmer, 2018년 작
실제 1956년 동독의 작은 마을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고사인 아비투어를 앞두고 한창 예민한 학생들은
헝가리 혁명의 진압 뉴스에 충격을 받고 이에 대해 어떤 반항을 표출하기로 합니다.
바로 역사 수업 시간에 1분 동안 침묵하기. 아무것도 모르는 역사 선생님은 1분 동안 자신이 묻는 말에
아무 대답도 안 하는 아이들에 화가 나서 교장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고발하고
이 사건은 교육부 장관까지 학교에 찾아오는 엄청난 큰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선동한 한 명의 이름만 불면 되는데 교실의 아이들이 끝까지 의리를 지켜 말하지 않고
결국은 다들 인생에서 중요한 시험인 아비투어 (우리나라로 치면 수능)를 못 치게 되는 처벌을 받게 되는데...
마지막에 결국 아비투어를 볼 수 있는 서독으로 도망치기로 합니다.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아이들 모습에 짠했던...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겹치고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 가슴에 더 와 닿았던 영화예요.
오스트리아에서 넷플릭스를 사용하다 보니
독일어권의 영화가 추천으로 많이 뜨게 됩니다.
아마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아래 영화들이 뜨지 않을 수 있지만..
독일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위의 영화들을 추천해요.
몇 개의 영화들은 아마존 프라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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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데 많은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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