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가 너무 좋으니 오스트리아 빈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이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이 보여요. 오늘 시내에 나갔다 왔는데,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가 너무 많아 천천히 가야 될 정도로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는 자전거도 많고 자전거 도로도 참 잘 되어있죠. 자전거는 여기 사람들에게 스포츠 이상의 중요한 이동수단입니다.
서울에서 살았을 때는 워낙 오르막길이 많다보니 자전거 타기가 꺼려졌었어요. 조금 더 편하고 빠르게 가려고 자전거 타는 건데 서울에서는 오히려 자전거 타는 게 걷는 것보다 힘들 때가 많았어요. 독일 만하임에서 살 때는 시내의 길은 좁은데 차도 다니니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가 위험했고... 지금 사는 오스트리아 빈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어서 날씨가 너무 나쁘지 않으면 저희 부부는 항상 자전거로 외출해요. 또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혼자 타는 자전거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느껴지지요.
자전거로 출퇴근도 하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 장을 보기도 하는 여기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생활 그 자체!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자전거 탈 때 지켜야 하는 룰을 지키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들에게 꾸중을 듣기도 합니다.
제일 흔한 실수는 자전거 도로위에 서있기입니다. 이건 특히 외국인들이 자주 하게 되는 실수예요. 도보길과 자전거길이 엄연하게 나뉘어 있어서, 자칫 모르고 자전거 도로 위에 서있다가는 큰소리로 야단을 맞기 일쑤입니다.
이들에게는 자전거가 자동차와 같은 셈이라, 누군가가 자전거길에 서있으면 차도위에 사람이 서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인 거죠.
반대로 자전거가 도보위로 다니는 것도 금지입니다. 근데 사실 어떤 길들은 어디가 자전거 도로인지 잘 분간하지 힘들 때도 있어요. 보통 길이 좁게 나뉘어져 있고 자전거 모양이 그려져 있으면 자전거를 위한 길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자전거등을 켜는 건 필수입니다. 하루는 자전거등의 배터리가 나가버려서 불빛 없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데 어떤 자동차 운전자가 저에게 소리칩니다.
저기, 자전거등 어디있어? 난 네가 하나도 안 보여!!
미안해!! ㅜㅜ
다들 빨리빨리 지나가는 상황이라 길게 변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리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한 제 잘못이니 그냥 빨리 미안해하고 조심하며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ㅋㅋ
오늘 같은 경우도 자전거 타고 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었어요.
자전거 타고 신나게 가고 있는데 옆에 다른 자전거가 슬그머니 붙더니 하는 말,
저기, 너 겉옷이 너무 길어서 자전거 바퀴에 낄 거 같아. 조심하는 게 좋겠어!
앗, 고마워...!
방향을 바꿀 때도 차에 깜빡이 넣듯이 손을 쭉 뻗어 뒷사람이 볼 수 있도록 내가 가는 방향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다른 자전거 앞에 끼어들 때도 마찬가지죠. 그냥 자동차 운전할 때 지켜야 할 것을 자전거 탈 때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자전거 초보자일 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며 자전거 타는 예절을 배워나갔네요. 어떻게 보면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이런 관심 어린 시선들이 큰 사고를 방지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나중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로 여행을 가시거든, 자전거 도로 위를 걷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혹시 자전거 도로 위에 있다가 꾸지람을 듣더라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그런 사연을 인터넷에 올리신 한국분을 봤어요.) 그리고 큰 도시는 자전거 빌리는 시스템이 잘되어있으니 자전거를 빌려서 시내를 구경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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