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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결혼

남편의 나라 몰도바를 방문하다 :: 키시나우 공항, 첫 날 저녁식사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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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서 남편이 온 나라인 몰도바에 처음 방문했다. 사실 시부모님도 우리가 있는 비엔나에 오고 싶어 하셨지만,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젊은 우리가 부모님이 계신 쪽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백신도 맞았겠다, 마침 8월 말에 헝가리 항공사 wizz에서 저렴한 비행이 있길래 예매했다. 비엔나에서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나우까지는 1시간밖에 안 걸리는 짧은 비행이다.✈️

키시나우 공항 모습 

마지막으로 비행기 탔던게 1년 조금 넘었는데, 그때는 코로나 초기 때라 테스트나 백신이 없어서 여행 가는 사람도 많이 없었는데... 그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여행 가는 사람들로 공항과 비행기는 만원이고 백신 패스가 있으면 자가격리 면제. 백신 패스가 있으면 코로나 음성 테스트 결과지는 필요 없었다. (물론 이것은 나라마다 규정이 다르다.) 혹시나 해서 가기 전에 테스트받았는데... 그래도 확실하게 하는 게 맘이 편하니까! 

 

시부모님은 독일에서 두 번 정도 뵈었었고 같이 밥도 먹고 당일치기 여행도 다녀온 사이지만, 그래도 일주일 동안 붙어 지내는데 의사소통이 걱정되었다. 시어머니는 영어를 조금 하시고 시아버지는 독일어를 조금 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나도 거기서 나름 잘 지내고 시부모님께 점수도 따려면 루마니아어(몰도바의 공용어)를 좀 알아둬야 할 거 같아서 루마니아어를 조금 공부했다. 공부라기도 뭐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듀오링고 앱을 통해 단어 몇 개와 중요한 인사들을 알아두었다. 

 

그런데 내가 앱으로 공부하던 그 말들을 실제로 비행기안에서 현지인들이 쓰는 게 신기했다! 물론 남편 가족들이 쓰는 걸 종종 듣긴 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이 언어를 쓰고 있다니! 당연하고 작은 것에도 신기해하는 나를 보니 은근히 아이처럼 몰도바에 방문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던 거 같다. 물론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몰도바에 방문하는 아시아인이 얼마나 있으랴... 

 

키시나우 공항 앞 전망

 

몰도바 가면 우리 어디어디 가냐고 묻는 나에게 몰도바는 볼 게 없어서 집에만 있을 거라던 남편. 😑  가기 전부터 김이 팍 샜다. 그럼 네가 한국에 놀러 오는데 내가 어디 안 데려가고 집에만 있어도 좋겠냐고 되묻니, 한국에는 좋은 카페가 많고 가볼 데가 많다며 오히려 자기가 아는 한국 카페에 데려가겠단다. ㅋㅋ 아무튼 그렇게 별 기대 없이 가게 된 몰도바. 

 

시아버님이 공항으로 마중 나오시기로 했는데 잘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했더니, 아버님 얼굴은 빛이 나서 금방 찾을거라는 이상한 말을 하는 남편. 근데 남편 말대로 나가자마자 환한 미소에 꽃을 들고 계신 아버님이 계셨다. ㅎㅎㅎ 정원에서 꺾어온 꽃이라며 꽃다발을 건네주시는데 쏘스윗! ☺️

 

시부모님댁 앞에 있던 커다란 호두나무

 

공항에서 차로 한시간 좀 안 걸리는 곳에 사시는 시부모님. 차창 밖으로 보이는 키시나우의 풍경은 낯설면서도 친근했다. 아파트 밑에 상가들이 죽 늘어선 게 한국 같아 보이기도 하고, 차선도 제대로 없는 차도에서 무법자처럼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굉장히 낡은 아파트들이 키시나우의 첫인상이었다. 

 

드디어 시부모님댁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는데 콧속으로 느껴지는 공기가 달라서 깜짝 놀랐다. 순간 내가 시골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맑은 공기! 도심에서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 만큼 키시나우에는 나무가 많았다. 

 

집에 들어서니 시어머니가 진한 포옹과 볼 키스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가 도착한때가 저녁식사 때라 식사도 정성껏 차려놔 주신 시부모님~ 

 

다 맛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건 맨 왼쪽 위의 크레페 안에 고기 들어간 것과 생선! 그리고 이웃들이 직접 길렀다는 토마토와 오이, 파프리카가 아주 맛있었다. 몰도바는 땅과 햇빛이 좋아서 여기서 나는 농작물들은 정말 맛이 좋다!! 

 

이곳에선 초록색의 토마토 종류도 있었다.

바다가 없어서 해산물은 우리나라처럼 많이 먹지 않지만 생선은 특별히 준비하신 것 같다. 치즈도 마트에서 산 게 아니라 이웃집에서 사셨다는... 염소 치즈와 양 치즈가 있었는데 나한테는 냄새도 많이 나고 맛이 너무 진해서 한 조각만 겨우 먹었다. 

 

아버님이 공항에서 주신 꽃다발

이렇게 저녁식사로 환대해주셨는데, 우리도 우리가 가져온 선물로 화답해야겠다 싶어 선물을 꺼내왔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마스크팩, 어머니 허리 아프시다고 해서 걷는데 도움이 되는 의료용 신발 깔창, 같이 해 먹으려고 사온 삼계탕 재료, 옷 등. 그런데 어머니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으셨다. 선물이 맘에 안 드시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본인은 이런 선물보다 우리가 빨리 아이를 가지는 걸 보고 싶으시단다. 

 

아무래도 옛날 분들이시고 동유럽쪽에선 아이를 빨리 가지는 편이라 이제 서른이 넘은 내가 많이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온 첫날부터 이러실 줄은 ^^; 내 팔을 끌며 지금 방에 들어가서 만들어오겠다는 남편 때문에 웃으면서 일단락이 되었다. 

 

 

 

며느리에게 손주 압박을 좀 주시긴 해도 유쾌하고 항상 잘 해주시는 시부모님. 설거지라도 하겠다니, 오느라 고생했으니 그냥 올라가 자라며 등 떠미신다. 

 

마련해주신 방에 들어가 누우니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게 한국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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