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가 처음인 나에게 몰도바 구경시켜줄 생각이 별로 없던 남편과 달리, 시부모님은 우리가 관광할 만한 곳을 적극 알려주셨다. 시댁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몰도바 국립 민족학 및 자연사 박물관이 있었다.
아니 이렇게 멋진 박물관이 있구만, 남편은 왜 갈 곳이 없다고 했던 건지... 내 기대치를 확 낮춘 다음 데려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
입장료는 한 사람당 100레이, 유로로는 10유로 정도다. 기본 입장료는 아마 더 저렴할 것이다. 우리가 산 티켓은 사진 찍는 걸 허가하는 티켓. 영상을 찍는 걸 허가하는 티켓도 따로 있었는데 그건 또 조금 더 비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정말 다양한 종류의 전시품이 보였다. 몰도바에 서식했던 동물, 동물뼈, 돌 등... 아쉬운 점은 가이드북이나 오디오 가이드 같은 게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말 그대로 그냥 전시품을 둘러볼 뿐이었다.
몰도바의 전통 악기들. 피리와 오카리나 그리고 가운데 네모난 것은 침발롬(Cimbalom)이란 악기다.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은 악기고 가르치는 학교도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가야금이나 거문고처럼 전통적이고 자주 볼 수 있는 현타악기다. 현을 두 개의 막대기로 쳐서 연주하는 방식이다.
축제 같은 때 먹는 빵과 의상들. 빵은 꼭 브레첼같이 생겼다.
몰도바는 이런 직물 공예로도 유명하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처럼 이곳의 아낙네들도 한땀한땀 바느질해서 생계를 꾸렸을 것이다. 전통의상은 소박하면서도 편리해 보인다.
박물관이 생각보다 컸다. 조금 더 들어가보니 이번엔 동물 박제 전시품들을 볼 수 있었다.
박제된 동물들 배경에 직접 그린 벽화 혹은 그림이 세워져 있어서 허전해 보이지가 않았다. 사진으로는 많이 표가 나지는 않지만 확실히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박물관이 많이 낙후됐다. 그래도 몰도바에서 이 정도로 전시품을 보존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는 남편.
몰도바는 유럽 국가와 근접해 있지만 소련으로부터 독립한지 30년밖에 되지 않았고 국가 경제가 많이 어렵다. 남편의 말로는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은 이런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기가 좀 부끄러웠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박물관은 박물관! 나라마다 다른 고유한 문화가 있는데 어찌 재밌지 않을까?
몰도바는 기후가 좋고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어서 예부터 지금까지 농업이 주를 이룬다.
오죽하면 이렇게 흙이 전시되어있을 정도~ 포도가 맛있어서 와인으로 많이 만드는데 몰도바의 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하실같은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흥미로운 전시품들이 많이 보인다.
덩치 큰 조류 박제들~~ 아이처럼 궁금한 새의 번호와 이름을 찾아 맞춰보기도 했다.
아이들 키의 두 배만 한 물고기. 몰도바에서 잡혔었나 보다. 남편은 어렸을 적 이 박물관에 와서 이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며 신기해했다. 어린 나이에 이 사진이 꽤 충격적이었던 모양. 하긴, 여긴 바다도 없는데 호수에서 이런 물고기가 나왔다고 생각하니 좀 충격적이긴 하다;;
와인 공화국답게 옛날에 쓰인 와인 만들 때 쓰는 기구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시아버지께 이 사진을 보여드리니 바로 본인이 갖고 계신 와인 만드는 기구들을 보여주신다. ㅋㅋ 여기서는 이렇게 집에서 직접 와인을 만드는 일이 흔하다.
옛날 몰도바에도 우리나라처럼 화덕에 불을 피워 아랫목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의자나 가구들도 작은 것이 귀엽다.
양치는 목동의 의상. 윗옷은 당연히 섬유라고 생각했는데 양가죽이었다.
농업이 주를 이루었다지만 이 곳에도 예술가는 있는 법. 몰도바에 예술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남긴 분들의 흑백사진들이 걸려있었다.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시품 사이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쥐인 줄 알고 엄청 놀랐는데 알고 보니 놀라서 후다닥 도망가는 검정 냥이었다. 고양이도 이렇게 쉽게 드나들 만큼 허술한 게 여기 박물관이라며 남편은 웃는다.
지하에 있는 전시장을 구경하고 나와서 찍은 박물관 뒷편모습. 박물관 전면과는 달리 조금 을씨년스러운 모습.
그래도 가장 멋있던 1층 전시장. 건물 자체는 오래된 멋이 있고 웅장한데, 내부를 좀 더 꾸몄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남편의 뿌리를 조금 알 수 있었던 시간이랄까?
박물관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제 시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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