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비엔나시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출산준비수업에 다녀왔다. 원래는 남편이랑 같이 하는 커플 출산 준비 수업(유료)을 들으려고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격이 너무 부담되어서 막판에 취소해 버렸다. ㅜ 커플이 듣는 출산 준비 수업은 보통 200유로 정도... 물론 남편이랑 같이 들으면 너무너무 좋겠지만, 어쨌든 출산을 하는 장본인은 나이기 때문에 나라도 이 수업을 꼭 들어야겠다 싶었다. 물론 저번에 만난 조산원이 초산인데 출산 준비 수업을 안 들었다고 하자 '듣는 게 좋을 텐데..' 하는 뉘앙스를 풍겨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업에 등록한 것도 있다.
↓ ↓ ↓ 비엔나시에서 제공하는 무료 코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곳. 3, 15, 20, 22구에만 코스가 있지만 막상 전화를 해보니 다른 구에서 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막상 전화해보면 현재는 수업을 쉬는 경우도 있어서 꼭 전화나 문자를 해보고 가야 한다.
나도 처음에 우리집에서 가까운 20구를 가려고 했는데, 막상 전화해 보니 현재 건물 리모델링 때문에 수업이 없고 21구에 있다고 해서 21구에서 수업하는 조산원의 전화번호를 안내받았다. 문자를 하니, 장소와 시간을 문자로 통지받을 수 있었다.
나는 좀 일찍 도착한 편이었는데 처음엔 2-3명 밖에 없어서 그게 다인줄 알았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져 오니 한두 명씩 더 늘고, 총 13명이 참가한 꽤 큰 출산준비수업이었다.
한 번만 하는 출산준비수업인줄 알았더니 이미 몇 번 와서 들은 사람들도 있었다. 다음 주에도 같은 시간에 또 한다고 하니 다음 주에도 와서 들어야겠다...
처음에 일단 자기 소개로 수업을 시작했다. 이름과 임신 몇 주 차인지, 몸 상태가 어떤지 등등... 정말 다양한 산모들을 볼 수 있었다. 제일 어린 산모는 22살, 최고령 산모는 40살, 쌍둥이 임신 한 사람도 있고, 두 번째 아이 임신이지만, 이번엔 자분을 하고 싶어서 온 사람도 있었다.
나는 내가 제일 출산 임박해서 온 줄 알았는데, 39주차 임산부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날의 테마는 자연스레 '분만'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산원은 병원에 언제 가야 하는지, 아이가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아주 자세히 인형으로 설명해 주셨고, 마지막은 다 같이 호흡을 배우고 직접 해보면서 마무리. 딱 1시간 반 정도 걸린,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수업이었다.
사실 나는 유튜브나 책으로 이런 저런 지식들을 쌓은 상태라, 굳이 이게 필요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수업에 직접 와서 다른 산모들이랑 함께 한다는 거 자체가 뭔가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하고, 직접 누군가가 출산에 대해 설명해 주는 걸 듣는다는 건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수업해 주시는 조산원분이 병원 갈 때와 출산할 때의 모습을 너무 리얼하게 연기해 주셔서 실제 상황을 더 잘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수업의 핵심을 요약해보자면...
1. 병원에 너무 일찍 가지 말 것! 3-5분 간격의 진통, 양수가 터진 경우, 배가 단단해진 경우가 아니라면 좀 기다려보기.
임산부가 말을 못 할 정도로 심각하게 진통을 느끼면 그때 병원에 온다.
2. 자연분만에 성공하지 못하는 게 임산부의 잘못이 절대 아님. 아무리 관리를 잘하고 식이요법을 했다고 해도 막상 분만할 때는 여러 변수가 있다.
3. 자궁문 열렸을 때 여러 자세 시도해 볼 것. 고양이 자세, 허리 훌라후프 돌리듯 돌리기 등등...
4. 출산하고 떨어져 나가는 태반만큼 우리 몸에 상처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산후조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도분만도 많이 하는 거 같은데, 여기는 거의 무조건 진통이 오면 분만을 하는 자연분만을 일반적으로 하는 거 같다. 제왕절개에 대해선 수업 때 거의 언급도 안 했다. 그만큼 자연분만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쉬운 건 이 수업에 여자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는 거. 수업에 다녀와서 남편에게 수업 얘기를 해주었지만, 그래도 직접 가서 들었으면 확실히 더 와닿았을 거 같다. 그리고 수업은 독일어로 진행되어서, 영어로 받고 싶다면 아마 유료 수업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긴장되기도 하지만, 수업에서 배운 호흡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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