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오스트리아 생활

오스트리아 분만 병원 후기 / 식사 / 출산 가방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4. 3. 24.
반응형

병원에서 퇴원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 나는 오스트리아의 한 프라이빗 클리닉에서 분만을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글에 자세히 써놓았다. 프라이빗 클리닉은 사보험이 있는 경우 갈 수 있고, 보험이 없는 경우에는 병원비가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글:

2024.02.28 - [🇦🇹 오스트리아 생활] -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분만병원 알아보기_프라이빗 클리닉 (사보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분만병원 알아보기_프라이빗 클리닉 (사보험)

독일에선 공보험을 갖고 있던 사보험을 갖고 있던 모든 의사에게 갈 수 있는 반면, 오스트리아는 사보험으로만 갈 수 있는 병원이 따로 있어서 처음에 여기서 병원 예약할 때 애를 먹었다. (사보

soare.tistory.com

 

나는 자정쯤 출산을 하고 2인실 병실로 옮겨졌다. 병원 등록할 때 1인실, 가족실, 2인실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날 상황을 봐서 결정을 하기로 했다. 1인실은 하루에 300유로 가까이 금액이 추가되어서 고민이 많이 됐기 때문..(내 보험은 2인실이 기본옵션이었음)

그리고 내가 분만한 날 1인실은 없어서 2인실로 옮겨졌는데 다행히 다음 환자가 들어오지 않아서 편하게 쓸 수 있었다. 그래도 옆에 침대는 절대 쓰면 안된다고 간호사로부터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들어야 했고, 남편은 불편하게 안락의자에서 쪽잠을 자며 아기를 보다가 일 때문에 아침 일찍 돌아감..

 

그러고서 담날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병원 루틴. 식사 담당 직원, 청소부, 간호사, 소아과 의사, Kinderschwester 소아과 간호사, 사무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내 병실을 방문했다. 다른 건 그러려니 하는데, 사무실에서 온 사람은 다짜고짜 사인해달라며 종이를 내밀었는데, 내가 2인실을 혼자 쓰고, 남편이 지난밤 머물렀기 때문에 하룻밤에 300유로가 넘게 추가 금액을 요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흠... 이게 정말 맞는 내용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그냥 사인만 받으러 온 사람이라 모르겠다는 직원... 몸도 아파죽겠는데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ㅜ.. 일단은 사인을 해서 내보냈지만 뭔가 찝찝해서 나중에 간호사한테 얘기했다. 나는 2인실 병실을 혼자 쓰겠다고 한 적이 없고, 우연히 혼자 쓰는 줄 알았다고 항의했더니, 다행히 간호사가 내 말을 바로 접수했다. 그럼 다른 환자와 같이 써도 괜찮은 거지? 하고 물어서 난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내가 머문 4박 5일 동안 다른 환자는 입원하지 않았다. 아마 다들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1인실이나 가족실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출산 후 처음 받은 아침상

 

먹는 게 중요한 한국인이라 식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전통적인 오스트리아 스타일로 아주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딱히 한국음식이 막 생각나지 않을 정도? 첫날 아침은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아서 침대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부터 활기차고 상냥한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 패드를 갈아주고 소변을 보는 걸 도와주려고 했다. 침대에서 일어서는데 너무 어지럽고, 간호사도 내가 너무 창백하다며 그냥 침대 위에서 소변을 보는 게 낫겠다며 납작한 요강 같은 걸 가져다주었다. 정말 요의가 없었지만 소변을 보지 않으면 계속 그 요강 위에 둘 거 같아서 물을 엄청 마셨다. 그랬더니 다행히 소변이 나왔는데 찌릿찌릿한 느낌 ㅜㅜ 출산 후 빨리 소변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하니, 화장실을 가는 게 겁나더라도 물을 잘 마셔야 한다. 

 

 원하는 식사 옵션을 체크해서 제출한다.

 

병원의 하루 일과는 대충 이렇다. 간호사가 제일 먼저 와서 내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소아과 간호사도 방문해서 아기한테 이상이 없는지 확인. 그리고 매일 내가 직접 아기를 데리고 신생아실에 가서 몸무게를 재고 대소변은 잘 보았는지 보고한다. 내 담당의사선생님이 아침이나 저녁때 회진 오시고, 출산 다음날부터는 물리 치료사가 와서 당장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산후조리에 도움 되는 호흡법을 알려주고, 다양한 스트레칭 방법이 나와있는 책자와 마사지 고무공을 주었다. 

책자를 보니 침대에서 일어나는 방법도 나와있었다. 그렇게 일어나니 확실히 배에 무리가 덜 가서 좋았다. 틈날 때마다 호흡법을 하고, 배 밑에 쿠션을 넣고 엎드려 있으라고 했다. 

 

 

나는 회음부 열상 2도라서 병원에서 레이저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하루에 한 번 가서 5분 정도만 누워있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치료였다. 의사쌤께 좌욕을 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일단은 상처를 건조하게 두는 게 제일 좋다며, 녹는 실로 상처를 꿰맸으니 만약을 위해 하고 싶으면 일주일 뒤에 하라고 하셨다. 대신 냉찜질 패드를 받아서 쉴 때마다 냉찜질을 해주었다. 처음 하루이틀은 회음부가 엄청 부어있어서 무섭고 놀랐는데ㅜ 며칠이 지나니까 신기하게 많이 가라앉았다. 통증은 계속 있어서 며칠 동안은 계속 진통제를 복용했다.  

 

양이 너무 많을까봐 절반만 시켰는데 전체를 시킬걸 싶었다. 회복과 수유를 위해 진짜 잘먹어야함...

 

이곳 병원은 24시간 모자동실이 원칙인데, 첫날 둘째 날은 내가 너무 힘들어서 밤에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겼다. 하지만 맡기는 것도 최대가 3-4시간이고 그 시간이 지나면 칼같이 아기를 방으로 데리고 온다. 수유를 해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유축해 놓고 신생아실에서 먹이기도 하는 거 같은데, 여기선 그렇게까지 해주진 않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병원은 편하기도 했지만 아픈 몸에 혼자서 아기를 계속 보려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출산 직후에는 남편이든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 있어주는 게 맞는 거 같다. 우리의 경우 남편이 일을 뺄 수가 없어서 첫 이틀은 내가 진짜 고생했다.  

 

그래도 병실에 있는 전화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신생아실에서 사람을 보내준다. 일반 간호사도 마찬가지. 한밤중에 아기가 코막혀서 잠을 잘 못 자서 어쩔 줄 몰랐는데, 간호사가 와서 식염수 스프레이를 넣고 코딱지도 빼주고, 수유해서 아픈 가슴에 붙이는 패드나 연고도 가져다준다. 

 

 

병원에서 먹은 생일 케이크

 

비싼 병원인만큼 병원에서 받는 서비스도 좋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인터넷이 너무 안터져서 한국에 있는 엄마와 통화도 힘들었고, 병원 앞에 공사 중이어서 낮에 창문을 열어두면 공사소리에 시끄러웠다. 그나마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신생아는 청력이 약해서 그런지 그런 소리에 아랑곳 안 하고 잘 때는 잘잔다. 

또 병실이 너무 건조해서 코가 계속 막히고 입술이 다 터졌는데, 아기는 나보다 훨씬 작은 콧구멍을 가지고 있으니 숨쉬기 더 어려워했다. ㅜ 병원에는 제공되는 가습기가 없어서 내가 몇시간마다 천기저귀를 적셔서 병실 여기저기 걸어놓아야 했다. 한국에선 필수인 도넛 방석도 없었고... 다행히 아는 언니가 선물로 도넛 방석을 가져다주어서 망정이지, 진짜 그거 없었으면 제대로 앉아서 먹지도 못하고 수유도 못했을 것이다. ㅜㅜ 

 

남편이 사다준 꽃다발

 

좋은 점이라면, 24시간 부를 수 있는 의료진들, 다양한 병원밥 메뉴, 그리고 병실안에 잘 갖춰진 기저귀 갈이대. 기저귀, 천기저귀, 베이베오일, 크림, 물티슈, 아기옷 그리고 수유하는 엄마들을 위한 브라 패드까지! 출산 가방을 못 싸놨을 경우라도 퇴원하기 전까지 딱히 큰 어려움이 없을 만큼 물품들이 잘 구비되어 있다. 

또 수유를 철저하게 시켜서 집에 돌아온 지금까지 수유 루틴이 잘 지켜지고 있다. 퇴원할때는 병원에서 유두보호기, 공갈 젖꼭지등도 챙겨주었다.  

 

또 방문 시간에도 제한이 없어서 남편이 아무때나 올 수 있었고, 지인들이 병문안하기에도 편했다. 

병원 복도의 휴게실

 

그러고 보니 병실을 찍은 사진이 없네... 병원의 제일 좋은 점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밥을 끼니때마다 차려주고 내가 있는 곳을 깨끗하게 청소해 준다는 것. 거기다 공갈 젖꼭지나 유두보호기 등 항상 소독된 깨끗한 것들을 제공받는다. 집에 돌아와 보니 그 고마움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해외 병원에서 출산할 때 챙겨가면 좋을 물건들:

 

입는 생리대 혹은 어른용 기저귀 (병원에서 제공되는 건 너무 잘샌다.)

도넛 방석 (병원에 비치 여부를 미리 확인하면 좋을 듯!)

미니 가습기

립밤 

머리 고무줄

보조배터리 (침대와 콘센트 사이가 좀 멀었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과 안대

 

 

퇴원하고 며칠 있다가 병원에서  퇴원 보고서 Entlassungsbericht를 집으로 보내왔다. 어떻게 출산을 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서술해 놓았는데, 그게 너무 자세히 나와있어서 남편이랑 이걸로 오페라를 써도 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ㅋㅋ

아이 하나를 낳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유튜브에서 독일에서 출산한 분들을 보니, 독일에서 받는 서비스나 여기 프라이빗 클리닉에서 받는 서비스나 비슷한 거 같다. 독일에선 일반 공보험으로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여기서는 사보험으로 커버해야 한다는 게 나름 굉장히 사회 복지적인 오스트리아의 씁쓸한 현실이다. 

반응형

댓글


TOP

TEL. 02.1234.5678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