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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결혼

핀란드에서 우당탕 국제결혼식 #1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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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4일 자가격리를 끝내고 다음날 바로 결혼식.

예전부터 작은 결혼식을 꿈꿨지만... 이 정도로 작게 할 줄은 몰랐다.

우리 둘과 증인 두 명. (남편의 절친 부부가 해주었다.)

지금 코로나도 그렇고.. 남편의 새로운 직장 수습기간 때문에,

모든게 좀 자리를 잡게 되면 그때 가족들과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하기로 했다.

 

사실 내 얼마 안 남은 유럽 비자 때문에 혼인신고를 빨리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현재 남편의 Hauptwohnsitz (주거주지)인 핀란드 탐페레 (Tampere)에서 결혼식 날을 잡고...

 

어차피 이건 우리끼리 하는거니까, 남편도 나도 대충 하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당일, 우리가 준비를 대충해도 너무 했다는 걸 깨달았다.ㅋ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내가 입을 드레스와 구두를 챙겨왔고,

남편에게 뭐 입을 거냐니까 자기 집에 양복이 많으니 걱정 말란다. 

그래서 정말 걱정 없이 있다가...  결혼식 한 시간 전에 한 신랑의 복. 장. 체. 크

 

 

 

저 화려한 핫핑크색 줄무늬 넥타이를 매갰단다.. 

처음 몇 분간은 진지하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야.. 그래도 우리 기념사진 찍을 건데 이건 아니지! 싶어서 

남편을 얼른 근처 대형마트로 보냈다.

그러고 보니 내 부케도 안 샀잖아??

 

나도 허당이지만 내 남편은 더 허당.. ㅜㅜ 

자전거 타고 부리나케 가서 넥타이 사진 찍어서 보낸 거중에 점잖은 거 골라주고

꽃집에서 부케 같아 보이는 것(?) 사진 찍어서 보낸 거 고르고...

이 모든 걸 결혼식 20분 전에 해결... 

 

집 앞에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와준 남편 친구 부부 덕에 빠르게 동사무소(?)에 10분 만에 도착.

정말 거의 정시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벨을 누르니 우리 담당자분이 나와주셨다.

 

먼저 우리 두 사람의 여권을 확인하고

증인들의 신분확인과 증인들이 어떤 종이에 사인하게 했다. 

 

너무 정직한 사무실 분위기라... 여기서 우리가 정말 결혼하는 건가 싶었는데

결혼식을 하는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들어가니 뭔가 좀 성스러운 (!) 분위기가 나는 것이

아 이제 결혼하나 싶었다.

 

 

 

우리가 둘 다 외국인 (남편 몰도바 사람) 이기 때문에 주례 서주시는 분이 특별히 영어로 해주셨다.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하나 기억나는 것, 남편과 아내가 동등하다 ㅎㅎㅎ

남편과 나에게 서로를 배우자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YES로 대답하고 

마지막 키스로 우리가 부부가 됐음을 증명(?)했다. ㅋㅋ 

 

우리가 주문한 반지는 제때 오지 않아 반지교환은 없었다.ㅜ

 

이 모든 것은 12분 내외에 빠르게 이루어졌다.

 

 

 

끝나고 아쉬워서 혼인의 방 (내 맘대로 이름 짓기)에서 여러 사진들을 찍었다.

저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저 상자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어들 보셨다.

아무 의미 없어요.. 그냥 주례 서주신 분이 서계셨던 강단입니당. ㅋㅋ

그냥 그 앞에서 서로 뽐내기.

 

 

우리에게 넘나 중요했던 "혼인증명서"를 들고 한 컷! 

 

 

정말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우리 정말 대충 막 결혼했구나..ㅋㅋㅋ

 

근데 우리 다음팀을 보니 (부부가 우리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핀란드 사람들인 거 같았는데 결혼식을 하는 부부라기보다

초대받아서 가는 사람들의 차림 같았다.

신부는 하얀 혹은 연한 핑크색의 원피스에

신랑도 자켓없이 그냥 남색 셔츠에 정말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허례허식 없는 게 참 핀란드스럽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도 호화스럽게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용을 중시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알맞은 결혼식이었다! :) 

 

하지만 가족들, 친구들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건 정말 아쉽긴 하다... 

 

근데 막상 큰 결혼식을 다시 또 준비한다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하다.

우리 허당부부가 잘 준비할 수 있으려나...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여담*

 

1. 부케로 고른 꽃은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수국.

수국의 꽃말은 진심, 변덕이란다.

내가 변덕을 좀 부리지만 내 마음은 진심이라는 거 알아줘, 남편...! 

 

2. 증인으로 서준 친구가 우리 증인을 서주기 전에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 이유는 그 친구가 증인으로 예전에 증인을 서준 2쌍의 부부가 이혼해서..

나도 이 말을 들으니 정말 이 친구를 증인으로 세워도 되나 고민을 많이 됐다.

그런데 독일 속담 중에 "Aller guten Dinge sind drei"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은 세 번은 시도해야 이루어진다는 뜻.

남편이 이 말과 함께, 자기 친구 부부가 오랫동안 (25년차 부부!!) 함께 잘 살아왔으니

이런 사람들이 우리 증인을 서주는 게 맞지 않겠냐 해서 나도 승낙하고 친구도 승낙함. ^^

 

 

3. 신랑 복장 때문에 시어머니께 꾸지람 들음.ㅋ

일단 남편 셔츠가 완전 하얀색이 아니라 잔잔한 땡땡이 무늬가 있는 것. 

(이건 남편이 선택한 것.. ㅡㅡ) 

내 부케랑 같은 꽃을 남편 자켓에 꽂아줬어야 했던 것.

남편한테도 꽃을 꽂아줘야 했던 건 정말 생각도 못했다.

뭐.. 부케를 안 까먹은 게 다행이지.. ㅋㅋ 

 

 

 

다음 포스팅은 신혼여행으로 한 캠핑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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