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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결혼

핀란드에서 국제결혼 #2 캠핑 허니문, 러시아 친구들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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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고 간소하게 준비한 결혼식이니만큼 

신혼여행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제안한 캠핑 허니문.

초등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 치고 야영했던 게

마지막 기억인데 괜찮을까 싶었다.;;

그래도 이때아니면 언제 핀란드에서

캠핑해볼까 싶어 오케이!! 

 

우리의 동사무소 웨딩(!) 을 끝내고

집에서 캠핑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기고

다시 증인을 서준 친구 부부가

차로 데리러 와서 캠핑장으로 출발~

 

우리는 우리가 밤에 잘 때 입을 따뜻한 옷과 케이크만 준비하고 

친구 부부가 우리가 잘 텐트랑 먹을 것을 준비하기로 했었다.

 

우리가 잘 텐트에, 대충 돗자리깔고

그릴 해서 먹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캠핑 장소에 도착하니

갑자기 흘러나오는 결혼행진곡?

 

 

뭔가 서프라이즈의 분위기가...ㅎㅎ

 

조금 더 들어가 보니 텐트 두 대가 서있었다.

하나는 파티를 위한 큰 텐트와

다른 하나는 우리의 신혼 밤을 위한 텐트! 

 

 

안에 음식들도 이미 차려져있고,

친구 부부의 아들이 혼자 외로이 그릴 불을 지키고 있었다. ^^

정말 생각도 못했던거라 감동, 고마움,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분위기 내주는데는 역시  촛불과 와인 :)  그 뒤에 보이는 우리가 잠 잘 텐트. 

 

증인 서 준 친구 부부와 그들의 딸. 사진찍어준 건 부부 아들.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을 생각에 

이 복장으로 집에서 왔다. 

소나무와 호수를 배경으로 하니 은근히 한국 분위기도 나고~~  

추울까봐 걱정했는데 안에 레깅스 입고 위에

후드 하나 입으니 그닥 춥지 않았다. 

춥지도 않은데 왜 우리의 표정은 굳어 있는거니... ^^;

 

괜찮은 사진 몇 장 건졌지만

그래도 나중에 한국가서 제대로 된 웨딩사진은 찍고 싶다. 

 

 

이 날 그릴 담당이었던 아빠와 아들.

14살 밖에 안됐는데 내 남편보다 키가 크다;; 

이 나이면 우리나라에선 중2병이라며

애들이 사춘기에 말도 안 듣고 엇나갈 때 아닌가

근데 너무 순둥이... ㅜㅜ 

착하게 말도 없이 그릴 앞을 지켰다.

 

그래도 애는 애인지 시간이 늦으니까 피곤하다며 

우리 텐트에서 취침하심...

 

그리고 우리 텐트에서 방구를 엄청나게 뀌어놓았다...

 

 

 

 

밤 11시 반쯤. 아직도 완전히 깜깜해지지 않은 핀란드의 백야. 

 

스시, 훈제연어 그리고 내가 준비한 케이크와 커피까지 

배부르게 먹고

캠핑에 빠질 수 없는 라이브 뮤직 타임! 🎤

 

남편이 친구가 가져온 통기타를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갑자기 시작된 익숙한 코드와 노래. 

엘비스 프리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

원래 기타를 좀 칠 줄 알아서 그냥 자기가 아는 곡 치나 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날 위한 세레나데(!)를 며칠 동안 준비했던 것!! 

 

결혼식 진짜 신경 안 쓰는 것처럼 하더니

뒤에서 나름 신경쓰고 있었던 남편. 

기타 코드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새 코드가 나올 때마다

강제 쉼표 ㅋㅋ 

그래도 그 서투른 모습이 왠지 더 예뻐 보였다. :)

 

 

내 남편 다음 타자는 친구 부부의 딸!

 

취미로 기타 치고 노래한다는 건 알았는데 

수준이 상당해서 깜짝 놀람!! 

직접 러시아어로 작사 작곡한 노래도 불렀다. 

딸도 너무 착하고 영어도 잘하고~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알리스의 노래~

 youtu.be/zCoO8VbAT0M

 

 

너무 많은 선물을 받은 하루였다.

참 좋은 가족들과 인연이 돼서 기쁘고 감사하다. 

 

 

 

*

 

남편 친구 부부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이들은 핀란드에 이주해온 러시아 사람들이다.

이 부부는 19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가족들의 도움 일절 없이 정말 0에서 시작했다.

(이른 결혼이니만큼 집안의 반대가 있었던 거 같다... )

 

러시아에서 아주 작은 단칸방에 살며 남편은 음악 공부,

부인은 미술공부를 하고,

남편의 유학을 위해 스위스, 독일에서 살기도 했었다.

어린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독일 뮌헨에서 살 적엔 워낙 비싼 집값에

남편은 길거리 음악 연주를 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하루 종일 서서 연주해서 번 돈으로

유명한 선생님의 렛슨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남편과 이 친구가 하는 악기는 바순 Bassoon이라는

악기로, 몇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하는 고가의 악기이다.

고가의 좋은 악기를 살 형편이 안되었던 이 친구는

거의 아마추어 수준의 악기로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여러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가

결국에 핀란드 오케스트라에 직장을 잡게 되었다. 

 

부인도 정말 대단한 게,

남편 때문에 독일에 가서 독일어 배우고

핀란드 와서 다시 핀란드어를 배우고

몇 년간의 직업학교를 거쳐, 지금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작은 미술학원을 차려 핀란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참고로 핀란드어는 전 세계 언어 중에

배우기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다.

30 정도의 결코 이른 나이가 아님에 시작해서

지금은 그 언어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니 존경스럽다.

 

아이들도 부모 때문에 여러 나라를 거쳐 이사해야 했고,

지금이야 괜찮지만 어린 시절이 분명 넉넉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잠깐 독일 유치원에 다녔다는 큰 딸. 

집에서 러시아어 쓰다가

갑자기 독일 유치원 가서 독일어 배우고

갑자기 핀란드 가서 핀란드어 배우느라 힘들지 않았냐니까 

오히려 어려서 괜찮았던 거 같다며 쿨하게 말한다.

 

북유럽 하면 같은 유럽 사람들도

날씨 때문에 사는 건 좀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같은 추운 나라에서 온 이들 가족에게는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오히려 핀란드의 좋은 학교 시스템과 복지에 만족하고 감사해하며 살고 있다.

 

독일에서도 종종 만났던 러시아 사람들.

 

다들 생활력, 정신력들이 대단한 거 같다.

그렇지만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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