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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생활

처음보다 후퇴한 것 같은 독일어. 왜일까?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0.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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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탄뎀 파트너와 현지인과 대화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얼마 전 남편 동료들 (오스트리아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 남편이 잠깐 자리를 비우면 

동료들과 어색해지고 말을 꺼내기 두려워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 탄뎀파트너도 같은 일화가 있다.

그 친구도 한국에서 한국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식사를 한 일이 있는데

한국 친구가 잠깐 화장실에 갔을 때 그 친구 부모님과 갑자기 대화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우리 둘 다 독일어,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지만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걸까?

 

일단은 대화 상대가 나와 가깝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 

나와 공통분모가 많지 않다는 점인 것 같다.

그런 사람과는 모국어로 대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리고 나에게는 내 남편이, 탄뎀 파트너에겐 한국인 친구가 컴포트 존 comfort zone이었다는 것. 

이 comfort zone을 벗어나야 그 언어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인데...

 

 

근데 재밌는 건, 독일어를 더 못했던 옛날의 내가 더 수다스러웠다는 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빨리 독일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별로 현지인들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도 어떻게든 막 했던 것 같다.

 

근데 지금 다시 독일어 공부를 하며 

틀린 문법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고치고 있으니

작은 실수라도 할까 봐, 틀린 발음 할까 봐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게 되는 것 같다.

또, 내가 느릿느릿 말하면 상대방 입장에서 지루해할까 봐,

한마디로 한국식 "눈치"를 엄청 보는 것이다. 

 

최근 독일어로 얘기한 사람들이 남편 동료기 때문에 더 신경 쓰인 부분도 있다.

남편의 체면을 생각하니, 내가 바보 같아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근데 그러다 보니 내 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정도 살았으면 독일어는 이만큼 해야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도 있던 것 같다. 

참 오만한 생각이지. 외국인인 나에게 언어는 평생 숙제인 것을. 

그냥 지금 상태의 나를 받아들이는 관대한 자세가 필요하다. 

 

예전의 알고자, 배우고자 했던 순수했던 아이 같은 모습도 되찾아야겠다.

남의 시선 신경 쓰면서 뻣뻣해지지 말고 뻔뻔해져야겠다. 

 

그런 자신감과 더불어 지적 수준도 향상시켜야겠다.

남편도 그렇고 그의 동료들은 항상 그들의 풍부한 지적 수준을 자랑한다.

대놓고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 역사 쪽으로

흘러가고, 거기서 나는 새로운 배경지식들에 허우적대는 경우가 있다.

배경지식은 아는 만큼 다른 언어로 그것을 설명했을 때 이해하기 쉬우니까. 

 

결론은 배우자. 공부하자. 순수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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