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3주 전쯤, 남편이 출장으로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운 때였다.
갑자기 발코니에 비둘기 똥이 생기기 시작...
첫날은 그러려니 하고 치웠는데 둘째 날 셋째 날 치워도 계속 생기는 비둘기 똥!!!
진짜 이거 겪어본 사람만 안다.
누가 인터넷에 이것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계속 와서 똥 싸는 비둘기들은 뺀질뺀질한 초등학생보다 더 하다고!!
진짜 그 말이 딱이다...
인터넷에서 비둘기 퇴치에 대해 폭풍 검색 시작.
제일 효과가 좋은 건 아무래도 베란다 전체를 그물로 가리거나 뾰족한 것들로 비둘기들이 앉지 못하게 하는
물리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미관을 중요시하는 남편때문에 뾰족한 침을 설치할 수도 없고, 전체를 그물로 가리기에는 일이 커진다!
일단 비둘기가 앉을 자리를 주면 안 되고, 알록달록한 색을 싫어한다고 해서
급하게 여러 세제등을 동원해 나름 정신 사나워 보이게 만들었다.
반짝거리는 물건도 싫어한다고 해서 씨디를 몇 장 깔아놨는데...
효과 전혀 없음!!
베란다에 화분을 많이 놓으면 비둘기들이 앉을자리가 없어서 오지 않는다고 해서
급하게 화분들을 사다가 항상 비둘기들이 똥을 누는 곳에 놔두었다.
이것도 대 실패... ㅜㅜ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분 사이사이 틈마다 똥을 싸놓고,
심지어 식물 잎에도 새똥이 묻어있어서 경악함. 새 화분사느라 돈 좀 썼는데...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 베란다에 볼일을 보는 게 아니라
화분이 놓인 저 곳에만 일을 봐서, 나중엔 저곳만 신문지를 깔아놓고 치우는 식으로 했다.
하... 우리 베란다가 비둘기 변소도 아니고 참... ㅠㅠ
남편한테 전화로 나 비둘기때문에 미쳐버리겠다고 징징대니
"네가 직접 나가서 비둘기와 싸워서 우리 베란다를 지켜!!"라는 남편...
우리 남편은 나를 강하게 키운다...! 😒
남편 생각으로는, 이 집이 한동안 비워져 있었고, 당연히 베란다에 사람이 없어서
이것들이 우리 베란다를 자기들의 보금자리 & 변소로 만들려던 모양이었다.
근데 우리가 와서 한동안 일을 못 보다가,
자기들 내쫓던 남편도 안보이고 나도 베란다에 안 나가니, 다시 보금자리를 만들 계획을 개시한 것!!
그러고 보니 안 보이던 작은 나뭇가지 몇 개들이 베란다에 생겼길래 얼른 발로 밀어 떨어트림... 🤨
아무튼 남편과의 전화 이후로 본격적으로 비둘기와의 (진지한) 사투가 시작됐다.
어차피 요즘 집에만 있으니, 하루 종일 베란다에서 시간을 보내기!
내가 베란다에 있으니까 이것들이 감히 오지는 못하고 우리 집 베란다 주변만 서성거린다.
시누이한테 나 비둘기땜에 거의 하루 종일 베란다에 있어!라고 했더니 폭소한다.
자기가 이제까지 들은 농담중에 제일 웃기다고.. ㅡㅡ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비둘기 더러운 것 때문에 소름 끼치게 싫어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가보다....
근데 며칠 비둘기똥을 치워보면 웃을 일이 아닐걸? 😤
진짜 며칠 동안 계속 베란다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이것들도 화가 났나 보다.
모습은 안 보이는데 자꾸 구구 구구 소리가 나서 위를 올려다봤는데, 세상에.....
윗집 베란다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름.... 😨
게다가 한 놈이 아니라 두 마리... 아니 더 있을지도 모른다. ㅜ
날이 어두워지면 다행히 어디론가 가버렸지만 계속 베란다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동네 유로샵에서 비둘기 퇴치하는 물건 없냐고 물어보니
주인아저씨가 추천해 준 두 가지. 까마귀 모형과 물총.
까마귀 모형은 아마존으로 살까말까 했었는데, 효과가 전혀 없다는 리뷰들이 있어서 사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6유로에 주고 한 마리 구입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기는 했다!
근데 까마귀가 안 움직이니까 비둘기들도 눈치를 챘는지, 까마귀 가까이로 자꾸 비행을 시도했다. ㅜ
그래서 비둘기들 안 보일때, 까마귀 위치 자주 바꿔주기!!
그리고 비둘기가 우리집 베란다 쪽으로 오면 물총을 쏘니까 효과 만점이다!!
맘 같아선 진짜 총으로 쏴버리고 싶지만;; 물총은 겁만 주는거지 비둘기한테 해를 입히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베란다 자주 이용하고 비둘기 올 때마다 물총으로 열심히 공격하니까 이제는 오지 않는다!!
결론은,
1. 비둘기 똥이 생기면 바로 청소하기! - 비둘기들의 귀소본능은 엄청 강해서 이들의 냄새를 지우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락스로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을 추천한다.
2. 비둘기가 오지 못하게 그 장소에 사람 혹은 고양이 등을 두기.
둘 다 가능하지 않으면 앉을 자리가 없게 뾰족한 것 등을 설치하기!
3. 비둘기가 오면 적극적으로 내쫓기!
그나저나 독일에서 처음 까마귀 모형이 설치된 걸 봤을 때,
까마귀 친구들(?)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서 독일 사람들 낭만적이다 생각했는데
이걸 내가 쓰게 되다니.. ㅋㅋ
베란다가 생긴건 좋지만, 뭐가 생긴다는 건, 뭔가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긴다는 것.
'🇦🇹 오스트리아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상사고, 골밀도측정. 30세에 벌써 골감소증이라니... (0) | 2020.08.20 |
---|---|
비엔나의 코로나로 무너진 경제 살리기 대안 :: 외식 상품권 (0) | 2020.08.19 |
몰도바에서 시부모님이 보내주신 택배 (0) | 2020.08.10 |
오스트리아에서 1박2일 여름휴가 :: #2 아터제 (Attersee) (0) | 2020.08.09 |
오스트리아에서 1박2일 여름휴가 :: #1 할슈타트 (Hallstatt) (2) | 2020.08.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