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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생활

해외거주한다고 안심할 수 없는 스미싱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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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돼서 잊고 지냈던 사건인데

제가 구독하는 블로거님이 스미싱 당할 뻔하셨다는 포스팅을 보고

저도 제 경험담을 공유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불편한 이야기지만 글을 써봅니다. 

이런 건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때는 2년 전 여름, 저는 당시 핀란드에 있던 남편을 방문해서 오래간만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랬죠.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 있는 동생한테 걸려온 전화.

 

다짜고짜, "누나, 엄마한테 문화상품권 사달라고 했어?"라고 묻는데

너무 뜬금없이 문화상품권을 얘기해서 제가 몇 번을 다시 물어봤습니다.

 

"문화상품권? 갑자기 왜?"

 

"진짜 없는 거지 누나?"

 

"응 왜 그래?"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흐르는 몇 초간의 정적...

뭔가 느낌이 쎄했습니다.

 

동생이 침착하게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어머니한테 어느 날 갑자기 제가 문화상품권을 사달라고 졸랐답니다.

아래 카톡처럼요....

 

 

 

제가 직접 쓴 게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제 카톡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똑같이 해서 

계정을 바꿨다 대충 둘러대는 거죠.

 

그리고 저와 엄마의 지난 카톡 내용을 읽어본 모양인지

어머니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너무 잘하더랍니다.

예를 들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구랑 뭘 하는지 등 말이죠.

저인 것처럼 똑같이 만든 계정을 캡처해서 보내줬는데

진짜 소름이 쫙~~

 

자세한 금액은 생각 안나지만 30만 원 정도? 문화상품권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저는 어머니께 금전 문제를 부탁할 때 문자로 다짜고짜 한 적이 없거든요.

무조건 전화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얼마가 필요하다고 확실히 이야기하는데...

왜 나한테 전화 안했냐고 하니,

당연히 통화를 시도했는데, 가짜 제가 지금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 핸드폰이 안된다나 뭐라나

대답을 너무 잘해서 엄마도 그러려니 하셨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금전적 피해는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직장에 다니시는데 문화상품권 사러 갈 시간이 일단 없었고 

문화상품권 사러 다니는데(편의점)마다 몇십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파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구하기가 어렵다, 바쁜데 네가 좀 하면 안 되냐고 하셨는데

그 가짜 제가 엄청 끈질기게 매달렸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안 되겠다 싶으셔서 동생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동생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저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던 거죠.

 

일단 금전적 피해는 없어서 감사하고 다행이지만

참 화가 났습니다.

해외에 있다는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서 가족에게 사기행위를 시도했다는 게... 

그 더운 여름에 어머니가 문화상품권을 구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니셨을걸 생각하니 미안하고... 

 

인터넷에서 이런 비슷한 사기사건을 본 적이 있는데

남일인 줄만 알았더니 저에게 일어나서 가슴이 철렁했죠.

제가 당한 건 약과이고, 전화로 목소리 변조까지 해서

엄마, 아빠 도와줘~~ 하는 이런 우는 목소리로

사기 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진짜 무서워요. 

부모님들은 안 그래도 자식 걱정이 많으신데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하면

순간적으로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시는 것 같아요.

그런 걸로 노리는 거.... 진짜 아닌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카카오톡 프로필은 제 얼굴이 나온 사진을 하지 않고 

상태 메시지에 '독일 계정'이라는 말도 지워버렸습니다.

 

아마 그 사기꾼들이 상태 메시지를 보고 그 사용자가 다른 나라에 있을 거란 걸

예상하고 그런 카톡 사용자를 노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는 이제 카톡으로 거의 대화하지 않고

왓츠앱 Whatsapp 을 사용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왓츠앱을 많이 사용하지 않으니 그나마 나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가족들 번호를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엄마를 엄마로 저장하지 않고

엄마 본명으로 저장한다던지, 나만 아는 별명으로 바꾼다던지 하는 거죠. 

또, 의심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우리 가족끼리만 아는 것을 급 질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만 이렇게 사기행각에 노출되어있는 걸까요? 

 

여기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얼마 전에 전에 쓰던 팔 보호대가 필요 없어져서 중고로 팔려고 

중고 물건 거래 앱 Shpock에 내놓았습니다.

한 시간 내에 어떤 이메일이 왔는데, 내가 네 물건에 관심이 있으니

이리로 연락해라 하며 자기 이메일을 남겼더라고요.

근데 그 메시지를 앱에서 확인하려고 하면 뜨지 않아서 이상하다 했죠.

 

더 이상했던 건 그것과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3개가 더 왔는데, 그 메시지가 제 이메일에서만 볼 수 있고

중고사이트 앱에서 볼 수 없었어요.

 

 

 

저는 거의 4년째? Shpock을 써오고 있지만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어서

이상한 예감에 그 메시지들을 다 무시했죠.

보통은 물건을 사려고 하면 이 물건을 얼마나 썼냐 깎아줄 수 없냐

이런 말을 해야 하는데 저런 애매모호한 메시지는 의심하기 딱 좋죠.

 

그 이메일에 답했으면 그들은 뭘 하려고 했을까요?

일단 제 이메일에 스팸메일이 쌓이는 건 안 봐도 뻔할 일입니다. 

 

 

요즘은 서울에서만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게 아니죠.

어디서나 개인정보는 조심 또 조심하셔서 피해가 없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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