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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 리뷰

러시아 영화 Leto 레토 :: 유태오의 빅토르 최, 남편이 겪은 소련이야기

by 비엔나댁 소아레 2021.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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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를 잘 안보다 보니 새로 뜨는 한국 배우에 대해서 늦게 아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보다는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으로 보는 예능에서 요새 한국 티브이에 나오는 인물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 유태오도 바로 그런 경우. 유퀴즈에 나온 니키 리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관심이 생겨 이 배우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나는 사실 부부의 세계에 나온 이태오가 니키리의 남편인 줄...   나는 이정도로 한국 드라마에 문외한이다. 😅 

 

영화 레토의 포스터

11살 차이라는 니키 리와 유태오 부부의 러브스토리도 영화 같은데, 유태오의 삶도 참 흥미롭다. 독일에 파독 근로자로 이민 간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유태오. 큰 키로 농구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무릎 부상을 당해 꿈을 접어야 했고, 우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긴 무명시절 동안 경제적, 정신적으로 많은 지지가 되었다는 아내 니키 리. 남편의 잘생긴 얼굴이 상할까 봐 연기 말고는 일을 안 시켰다는 그녀. 남편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어마어마하다. 

 

아무튼 유태오가 출연한 영화중에 러시아 영화가 있었는데, 거기서 러시아 전설적인 록가수 '빅토르 최'를 연기했다고 해서, 러시아어를 쓰는 남편과 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실제 빅토르 최의 모습

 

1980년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러시아 히피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음악에 대해 그린 영화 레토. 그냥 빅토르 최에 대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영화는 빅토르 최가 중심이라기보다 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음악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트레일러만 보고 별 기대가 없었는데, 직접 보니 느낌이 달랐다. 흑백으로 만든 영화지만 세련된 연출,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상상속으로나마 체제에 대항할 때 아트무비적으로 연출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도대체 영화감독이 누군가해서 찾아봤더니 Kirill Serebrennikov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오페라 연출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영화감독이었다. 오페라 연출을 해서 그런지 영화에서 더 극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나는 피곤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느라 중간에 잠이 들어버렸는데, 남편은 끝까지 집중해서 보았다. 본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련 이야기여서 그런 것 같다. 

 

남편이 온 나라 몰도바는 소련의 지배를 받았었는데,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비로소 독립적인 공화국이 되었다. 그때 당시 남편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7살. 그래서 남편의 어렸을 적 기억에는 공산당의 잔재가 남아있다. 예를 들면 남편의 어렸을 적 기억의 미국 영화는 다 한 목소리였다는 것. 

 

남편의 어렸을적 기억의 터미네이터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 목소리였다. 

 

공산당인 소련은 국민들에게 미국 문화인 팝송이나 영화등을 금지했었다. 그래도 그 당시에도 어둠의 통로가 있었다. 불법 유통되는 영화들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러시아어로 더빙을 했는데, 더빙한 사람의 목소리가 누군지 알게 되면 잡혀 들어가기 때문에, 성우는 코를 잡고 코맹맹이 소리로 더빙 녹음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한 사람이 모든 영화의 역할을 담당, 여자든 남자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모든 출연자들의 대사를 감정도 없이 그냥 모노톤으로 읽을 뿐이다. 

 

모두가 한 목소리면 지루하지 않냐고 했더니, 듣다보면 다 적응이 된다고 한다. 하긴 그것마저도 그 시절에는 감사하게 보았을 테니...  

남편이 그 상황을 재연하면서 얘기해줄땐 웃겼는데 생각해보니 참 슬픈 이야기다. 

 

 

 

여담으로 영화 레토에서 나오는 유태오의 러시아어 연기가 인상적이다. 러시아어를 너무 잘해서 남편은 당연히 더빙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자세히 들어보니 배우 유태오의 목소리가 맞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전문 성우가 따라붙어서 지도해줬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진짜 자연스럽다는 게 남편의 평이다.  

 

남편은 영화보고 여운이 많이 남았는지 레토에 대한 영상을 검색하다가, 빅토르 최와 같이 연주한 기타리스트와 빅토르 최 아들이 같이 나온 러시아 토크쇼를 찾았다. 영화는 대중들에게 인기가 대단했지만, 그 시절의 당사자들 말로는 사실과 많이 다르게 각색되어서 영화를 보다가 꺼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당사자들이 상황을 바라보는 것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더 정확하다는 게 남편의 생각. 

 

뭐가 사실이든간에 영화는 충분히 재밌고, 소련 시대의 젊은 포크송 가수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빅토르 최의 라이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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